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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구조적 위험요소 분석: 신용 수축과 자본 이탈의 동시 진행

  • 13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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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2025년 현재 중국 경제는 두 가지 거시적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국내 신용 시장의 급격한 수축과 외국 자본의 대규모 이탈이다. 이 두 현상은 각각 독립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으나, 상호 강화하는 악순환(Vicious Cycle)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경기 둔화와는 질적으로 다른 국면으로 봐야 한다.


제1장. 신용 수축의 실태

2025년 10월 기준 중국의 신규 원화 대출은 2,200억 위안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 5,000억 위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9월의 1조 2,900억 위안과 비교하면 83%가 증발한 셈이다. 11개월 누적 기준으로는 17조 1,0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2025년 8월의 이상 현상이다. 실물 경제 대출이 4,300억 위안 순감소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2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마이너스다. 기업과 가계가 신규 대출을 받기는커녕 기존 부채를 갚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제 대출 역시 마찬가지다.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관련 대출은 2016년 500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3년부터는 연간 70억 달러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다. 2024년에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순유입이 마이너스 340억 달러로 전환됐다. 중국이 돈을 빌려주는 것보다 받아가는 돈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제2장. 신용 수축의 원인 구조

첫째,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가 있다. 중국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모기지(Mortgage) 수요는 바닥 단계에 머물러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담보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신규 대출 여력을 감소시킨다.


둘째, 디플레이션(Deflation)의 고착화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가장 긴 디플레이션 국면을 겪고 있다. 물가가 하락하면 실질 금리가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명목 금리가 3%라도 물가가 1% 하락하면 실질 금리는 4%가 된다. 차입 비용이 올라가는 셈이다.


셋째, 인민은행(PBOC)의 정책 딜레마가 있다.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는 3.0%, 5년 만기는 3.5%로 5개월 이상 동결 상태다. 금리를 더 내리고 싶어도 위안화 약세와 미국 연준(Fed)의 고금리 정책이 발목을 잡는다. 금리를 내리면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은행들의 행태 변화가 있다. 대출 수요가 부진하자 은행들은 정부 채권 매입으로 방향을 틀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4% 수준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은행이 민간에 돈을 빌려주는 대신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제3장. 외국 자본 이탈의 실태

외국인 직접투자(FDI) 순유입은 2023년 3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113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4년 전체 FDI는 전년 대비 20% 하락했고, 2025년 상반기에도 마이너스 148억 달러를 기록했다.

구체적인 기업 사례를 보면 그 규모가 체감된다. 폭스콘(Foxconn)은 인도와 베트남 공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애플(Apple)은 아이폰 생산의 25%를 인도로 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은 중국 스마트폰 공장을 폐쇄하고 베트남과 인도로 생산 거점을 옮겼다. 현대자동차는 중국 공장 3곳을 매각했다. 혼다는 광저우와 우한 공장을 폐쇄했다.

최근에는 캐논이 공장을 닫았다. 그리고 벤츠가 떠났다.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도 마찬가지다. 미국 로펌 폴 와이스(Paul Weiss) 등 법률·컨설팅 업계도 중국에서 철수하고 있다. 2024년 미국상공회의소(AmCham) 설문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3분의 2가 중국 사업 환경이 더 정치적으로 변했다고 답했고, 5분의 1이 투자 지연이나 이전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제4장. 자본 이탈의 원인 구조


첫째, 지정학적 리스크의 상수화가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은 이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조건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60% 관세 제안, 반도체 수출 규제, 제재 리스크 등이 기업들의 계산법을 바꿔놓았다.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즉 동맹국으로의 생산 거점 이전이 새로운 표준이 됐다.


둘째, 비용 구조의 역전이 일어났다. 중국의 노동 비용은 베트남의 2배 수준이다. 과거에는 규모의 경제, 인프라, 공급망 집적 효과로 이 비용 차이를 상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 성장 둔화와 소비 부진으로 중국 내수 시장의 매력이 감소하면서 비용 우위가 사라졌다.


셋째, 규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있다. 반스파이법 확대, 국가안보법, 데이터 유출 제한 등이 외국 기업의 운영 리스크를 높였다. 2023년에는 베인(Bain)과 캡비전(Capvision) 등 컨설팅 회사에 대한 당국의 급습이 있었다.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우려로 IBM은 중국 내 1,000명 규모 시설을 폐쇄했다.


넷째, 대체지의 성장이 있다. 베트남은 18개 자유무역협정(FTA)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으로 전자 수출이 3배 증가했다. 멕시코는 USMCA 협정을 활용한 미국 시장 접근성을 내세우고 있다. 2025년 4월 트럼프 행정부가 베트남에 46%, 태국에 36% 관세를 부과했음에도 이전 추세는 멈추지 않았다.




제5장. 두 현상의 상호작용


신용 수축과 자본 이탈은 별개의 현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외국 기업이 이탈하면 고용과 세수가 감소한다. 외국계 기업은 중국 무역의 30%, 세수의 20%를 차지한다. 이들이 빠져나가면 내수가 위축되고, 내수 위축은 대출 수요를 더 감소시킨다.

대출이 감소하면 기업 투자가 줄어든다. 투자가 줄면 성장률이 하락하고, 성장률 하락은 외국 자본의 기대 수익률을 낮춘다.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면 더 많은 자본이 빠져나간다.


바클레이즈(Barclays)는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25년 중국 GDP 성장률이 4.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목표인 5% 내외를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다. (실질 성장율은 3% 수준도 안될 가능성이 높다)



제6장. 구조적 취약점


첫째, 부채의 질적 악화가 있다. 중국 총부채는 GDP 대비 300%를 넘는다. 문제는 규모만이 아니다. 지방정부 융자 플랫폼(LGFV)의 부채, 부동산 개발사의 부채,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의 부채 등 질이 나쁜 부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둘째, 인구 구조의 역전이 있다. 2022년 중국 인구는 감소로 전환됐다.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줄어들고 있다. 노동력 감소는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셋째, 기술 디커플링(Decoupling)의 심화가 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첨단 기술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 화웨이의 사례에서 보듯이 자체 기술 개발로 일부 대응이 가능하지만, 전체 산업 생태계의 효율성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넷째, 신성장 동력의 불확실성이 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EV), 배터리, 태양광 등 신에너지 산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과잉 생산과 덤핑 논란으로 서방 시장에서 무역 장벽에 직면해 있다. 내수만으로는 이 과잉 생산을 흡수하기 어렵다.



제7장. 일대일로의 역전 현상


중국의 대외 관계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감지된다. 일대일로 사업은 중국을 개발도상국의 최대 채권자로 만들었다. 2023년 기준 개발도상국 외부 부채의 25%를 중국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 구조가 역전되고 있다. 2025년 개발도상국, 특히 75개 최빈국의 중국에 대한 부채 상환액은 사상 최고치인 22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스리랑카는 2022년 디폴트를 선언했고, 42억 달러 규모의 부채 재구조화가 진행됐다.


중국은 더 이상 순대출국이 아니다. 부채를 수집하는 입장으로 전환됐다. 이는 단기적으로 현금 유입을 의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개발도상국과의 관계 악화, 일대일로 사업의 명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제8장. 정책 대응의 한계


중국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25년에도 금리 인하, 지급준비율 인하, 부동산 규제 완화 등 다양한 부양책이 시행됐다. 그러나 효과는 제한적이다.


문제는 밧줄을 밀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영어로 푸싱 온 어 스트링(Pushing on a String)이라고 표현하는 현상이다. 금리를 낮춰도 대출받으려는 사람이 없으면 소용없다. 유동성을 풀어도 투자처가 없으면 돈은 정부 채권이나 예금으로 흘러간다.


바클레이즈는 인민은행이 추가로 40bp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신용 수요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초기와 유사한 양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최근 국가 자산을 확인하고 있고, 그 국가자산을 현금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실제로 만들어지는 돈은 사실은 숨겨진 부채가 되고 있다. 공기도 팔고, 주차공간도 팔고, 댐에 진흙도 판다.


맺음말

2025년 중국 경제는 복합적인 압력에 직면해 있다. 신용 수축과 자본 이탈이 동시에 진행되고, 인구 감소와 기술 제한이 장기 성장을 압박하고, 부채 문제가 정책 여력을 제한한다.

중국 경제 규모는 여전히 거대하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이고, 제조업 생산량은 세계 1위다. 내수 시장은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한다. 외환보유고는 3조 달러를 넘는다. 이런 기초 체력이 급격한 붕괴를 막아줄 수 있다. 물론 외환보유고도 환금성이 높은 부분은 적지만, 어쨌던, 정부의 통제력이 일반 국가대비 강하기에,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고통이 얼마나 갈지? 이것은 결코 짧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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