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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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이 밝았다. KOSPI는 4,400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서울 아파트 값은 2025년 한 해 동안 8.71% 올랐다. 1999년 이후 최고의 주식시장 수익률이라고 한다. 숫자만 보면 대한민국 경제가 전성기를 구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상가 절반이 공실이고, 폐업 신고가 줄을 잇는다. 자영업자 10명 중 4명 이상이 향후 3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창업 후 5년 내 살아남는 비율은 40%에 불과하다.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65%를 넘어섰고, 평균 월세는 144만원에 달한다. 4인 가구 중위소득의 4분의 1이 월세로 나간다.
팩트를 나열해보자. 2025년 2분기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7%다. 국제금융협회 기준으로는 90%를 넘고, 전세보증금까지 포함하면 145%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결제은행은 2025년 보고서에서 한국을 다음 금융위기 촉발 가능성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지목했다. 가계부채가 10%포인트 이상 증가한 나라들 중 민간소비 비중이 오히려 감소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12년 수준에서 유지됐다면 2024년 민간소비는 현재보다 5% 이상 높았을 것이라 한다.
인구 문제는 더 근본적이다. 2024년 합계출산율은 0.75명이었고, 2025년에는 0.8명대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등이라고 하지만, 인구 대체 수준인 2.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에 진입했을 때 출산율이 1.5명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그 절반 수준이다. 20년 후 노동력, 소비력, 세수가 어떻게 될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산업 경쟁력을 보자. 한국무역협회가 5대 주력 품목의 한중일 수출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 기계, 철강, 화학 전 분야에서 중국에 밀렸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23.8% 증가했다. 배터리 시장에서 CATL, BYD 등 상위 3사가 글로벌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에서 LCD는 이미 넘겨줬고, OLED도 BOE가 추격 중이다. 조선은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석유화학은 중국 자급률 상승으로 수출이 줄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국내 200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는 더 직접적이다. 2030년에는 반도체를 포함한 모든 업종에서 중국에 역전당할 것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현재 한국을 100으로 봤을 때 중국은 가격 경쟁력 130.7, 생산성 120.8, 정부 지원 112.6이다. 핵심기술과 전문인력에서도 이미 100을 넘었다.
유일하게 버티고 있는 반도체마저 안심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급률 70% 목표를 세우고 66조원 규모의 투자기금을 조성했다. 창신메모리 같은 중국 업체들이 레거시 DRAM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중국의 기술 자립을 오히려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이제 중국제조 2035를 준비하며 반도체와 휴머노이드 로봇에 국가 자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차세대 산업에서 한국의 위치는 어떤가. AI는 미국이 압도적이고 중국이 뒤따른다. 한국은 하드웨어 공급자 역할에 머물러 있다. 자율주행, 로봇, 바이오, 우주항공, 양자컴퓨팅 어느 분야에서도 글로벌 선두권에 한국 기업은 없다. 중국제조 2025가 발표되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비현실적이라고 냉소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전기차, 배터리, 드론, 고속철, 태양광 패널에서 중국은 세계 1위가 되었다.
내수 시장은 구조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자영업자 비율이 23%로 OECD 7위다. 미국 6.6%, 일본 9.6%의 두세 배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이 프랜차이즈 월세와 인건비에 허덕이고 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을 직접 갉아먹는다. 서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2023년 56.6%에서 2024년 60.1%, 2025년에는 65%를 넘어섰다. KB국민은행 월세지수는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매달 100만원 넘는 월세가 나가면 그만큼 소비가 줄어든다. 이게 곱하기 수백만 가구다.
그렇다면 KOSPI 75% 상승과 서울 아파트 9% 상승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반도체 호황이 지수를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다. AI 수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이 밝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 경제 전체의 체력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섹터의 호황이 경제 전체의 건강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산 가격 상승의 수혜는 대부분 기존 자산 보유자에게 돌아간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에게 KOSPI 상승은 무의미하고, 집을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 집값 상승은 주거비 부담 증가를 의미할 뿐이다. 이것이 양극화의 금융적 표현이다.
이 글은 불안을 자극하려는 것이 아니다. 버블이 터진다거나 경제가 곧 붕괴한다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인구 감소, 산업 경쟁력 약화, 내수 위축, 가계부채 부담. 이것들은 단기적 경기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다. 자산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이 문제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버블 붕괴로 시작됐지만 본질은 인구 감소와 혁신 부재였다. 버블이 터지지 않았더라도 일본은 어려운 시기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은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다. 반도체 호황이 시간을 벌어주고 있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초 IT 버블, 2008년 메모리 불황, 2019년 반도체 다운사이클. 업황은 사이클을 탄다. AI 붐이 영원할 수 없다.
숫자는 화려하다. 그러나 그 숫자 뒤에서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는 각자가 생각해볼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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